한평생 소록도의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헌신한 마가렛 피사렉이 향년 88세로 세상을 떠났다.
고흥군은 지난 29일 오후 3시쯤 마가렛이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의 한 병원에서 급성 심장마비로 선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폴란드 출신의 수녀였던 마가렛은 1955년 오스트리아 국립간호대학을 졸업한 뒤 1959년에 한국에 입국하여 1966년부터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돌봤다.
일제강점기인 1916년 일본인들에 의해 문을 열었던 소록도병원에서는 환자들이 구타, 낙태, 강제 불임 수술을 받는 등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는데, 마가렛은 언제나 환자들에게 존댓말을 하며 친근하게 어울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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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마가렛은 고국의 도움을 받아 외국 의료진을 초청해 장애교정 수술을 알선하고 한센병 자녀보육사업, 자활정착사업, 의약품 조달 등도 지원했다.
환자들은 전라도 사투리를 쓰고 된장국을 좋아하는 마가렛을 ‘소록도 할매’라고 부르며 무척이나 따랐다고 한다.
그러나 마가렛은 70살을 넘기며 건강 문제로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2005년 소록도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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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떠나기 전 병원에만 귀국 사실을 알렸고, 숙소에는 환자들을 위한 편지 한 통만 남겼다고 한다.
이에 우리 정부는 마가렛에게 국민포장(1972), 대통령 표창(1983), 국민훈장 모란장(1996) 등을 수여하며 예우했으며, 귀국 뒤에는 소록도 숙소를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렛 피사렉의 집’이라고 명명해 보존하고 있다.
한편 고인은 세상을 떠날 때에도 주검을 대학에 기증하겠다고 밝혀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녀의 숭고한 희생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추모 물결이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