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손자가 친구들과 함께 수개월에 거쳐 동급생을 성폭행했답니다. 동급생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가해자 학부모들이 피해자 엄마와 합의하기 위해 3,000만원 마련에 나서서 제가 500만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 사연의 주인공 할머니는 손자인 ‘종욱’과 둘만 살고 있습니다. 종욱의 엄마인 딸이 이혼 후 아들을 자신의 엄마에게 맡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에서 중학생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가해자 중 한 명이 자신의 손자이고, 생활보호대상자인 할머니는 합의금인 500만원을 어떻게든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손자에게 자신이 알고 있다는 걸 내색하지 않습니다.
할머니는 손자에게 ‘내가 범죄자 맞아’라는 사실을 듣는 게 두려웠고,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한 존재가 돼 버린 손자를 놔둔 채 ‘시’를 써보려고 분투합니다.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살면서 ‘시’라는 것을 한 번 쯤은 써보고 싶어서 노력해 보지만 평생 허드렛일만 해온 할머니에게는 그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손자의 사건이 일어난 이후 할머니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됩니다. 아들을 맡겨놓고 얼굴 한 번 비치지 않는 딸, 자신의 관심을 귀찮아하는 손자, 파출부로 일하는 자신을 음흉한 눈빛으로 보는 할아버지 집주인, 그 누구도 할머니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동급생에게 몹쓸 짓을 당하고 죽어간 어린 여자아이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보다 따뜻한 세상에 안겨있어야 할 그 어린아이는 세상에 버림받았고, 소중한 것을 빼앗기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러는 와중에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 손자를 보며 할머니는 결심합니다. 손자를 처벌받게 하겠다고 말입니다.
경찰서에 손자를 신고한 할머니는 형사가 손자 ‘종욱’을 데려가기 전 정성스레 씻깁니다. 피자를 먹이고, 발톱을 손수 깎아주는데 이는 할머니의 매정한 모습이 아니라 손자의 죄까지 깨끗하게 씻기고 싶은 할머니 마음의 연장선이었습니다.
“MBC에서 특별 방송까지 만들어 결혼시켜줬더니…” 엄마가 더 좋아서 3개월 만에 이혼한 감초 배우
드라마에서 감초 역할도 많이 하고 성실한 연예인이었기에 MBC에서는 ‘장가보내기 프로젝트’로 특별 방송까지 만들어서 결혼에 골인했는데요. 하지만 엄마를 혼자 두기 어려워서였을까 아니면 엄마가 더 좋았을까…
손자에게 부끄러움을 직접 가르쳐주기 위한 할머니의 절절한 마음이 드러나는 이 영화는 이창동 감독의 2010년 개봉된 ‘시’라는 영화이며, 배우 윤정희의 유작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를 보면 평생을 살며 배우가 느껴온 모든 감정의 결이 묻어 나오는 것을 모든 이들이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