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다
엄마 이미자는 가난하고 궁핍했던 젊은 시절 콘트라베이스 연주가였던 남편과 홧김에 결혼해 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4년 정도 같이 살다가 엄마인 이미자가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이혼하게 되는데, 이때 딸을 놔둔 채 이미자는 가수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혼자 나가버립니다.
그렇다고 정재은의 아버지가 딸을 잘 보살핀 것도 아니었습니다. 아버지는 삼류 악단장으로 전락하다가 딸인 정재은에게 막대한 빚을 남기고 일본으로 도망가 버렸기 때문입니다.
손녀의 궁핍한 인생을 보다 못한 외할아버지가 6살이 되었을 때 몰래 이미자에게 데려갔으나, 이미자는 딸을 반기지도 않은 채 다시 딸을 버렸습니다.
엄마처럼 홧김에 결혼
이후 정재은은 어머니의 끼를 물려받아 가수활동을 했지만 아버지가 큰 빚을 지고 일본으로 도망가 버리는 마당에 정재은은 오갈 데가 없을 정도로 힘든 삶을 이어나갑니다.
하나 뿐인 엄마는 가수로 승승장구하고 돈을 쓸어모으고 있었지만 딸의 생존조차 관심이 없었죠.
이후 정재은은 힘든 현실 때문에 충동적으로 24살에 결혼을 해버립니다. 결혼식을 앞두고 정재은은 이미자에게 용기를 내 장문의 편지를 써서 보냈지만 끝내 이미자는 딸의 결혼식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정재은은 강남 태극당 예식장에서 라디오 진행자로 활동을 하던 한 살 연상의 남자와 쓸쓸한 결혼식을 하게 됩니다.
엄마처럼 이혼
그리고 6개월 뒤에 짧은 결혼생활을 뒤로 하고 정재은은 이혼합니다. 이혼 후에도 여전히 궁핍한 삶을 살고 있던 정재은은 어느 날 우연히 공항에서 엄마인 이미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공항에서 만난 이미자는 정재은에게 “잘 살지 그랬니, 사람들 눈이 있으니 어서 가라”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피했다고 합니다.
마지막 만남
이후 정재은과 이미자 모녀는 생애 마지막 만남을 스포츠센터에서 갖게 됩니다. 우연히 마주쳤지만 이미자는 고개를 돌렸고 이후 절대 딸을 만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때문에 정재은은 엄마인 이미자를 생애 단 세 번만 본 것입니다.
희귀병
혼자라도 살아남아야했던 정재은은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엔카가수로 활동을 하게 됩니다. 엄마 때문에 “일부러 일본에서 활동을 한다”라고 말했던 정재은에게 또 한 번 불행이 찾아가는데요.
‘자궁이 굳어가는 희귀병’을 앓는 정재은은 극심한 통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1년 동안 호르몬 주사를 달고 삽니다. 주사 때문인지 예전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잃고, 점차 남자 목소리로 변해가자 여자로서의 삶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와중에도 엄마인 이미자는 10년 연속 ’10대 가수살’을 타고 온갖 매스컴에 나와 승승장구하는데 딸은 그 사이 목소리도 잃고 결혼도 안한 채 쓸쓸히 살고 있는 것이죠.
엄마의 변명
추후 이미자는 자서전에서 딸에 대해 회고하기를 “나의 삶에 다른 사람들의 이해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비정하다고 해도 내게는 그게 현실이었다. 우리는 계속 길을 갈 것이다. 그게 그 아이의 운명이다”라고 남겨 딸의 마음에 또 한번 비수를 꽂았습니다.